멍게 /성윤석
멍게는 다 자라면 스스로
자신의 뇌를 소화시켜 버린다.
어물전에선 머리 따윈 필요 없어.
중도매인 박 씨는
견습인 내 안경을 가리키고 나는
바다를 마시고 바다를 버리는 멍게의
입수공과 출수공을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지난 일이여.
나를 가만두지 말길.
거대한 입들이여.
허나 지금은 조용하길.
일몰인 지금은
좌판에 앉아 멍게를 파는 여자가
고무장갑을 벗고
저녁노을을 손바닥에 가만히 받아보는 시간
사업에 망해 신용불량자가 돼버린 시인이
마산어(魚)시장에서 일하면서 쓴 시다.
정신노동보다 육체노동이 많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면서
자기 삶의 태도를 버릴 수 없었기에
바다를 떠다니다 바위에 고착하면
먹고 뱉는 것이 유일한 삶을 선택해
생존에 더는 필요 없어진 뇌를
스스로 먹어 없애는 멍게를 들어
현실에 안주함을 경계하듯
시어(詩語)로 말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폴 부르제의 말이다.
주어진 환경에 타협하거나 안주하며
꿈을 접고 죽을 날만 기다리며
안일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의 뇌를 우리의 꿈을
그런 삶의 태도가 잡아먹도록
절대 내버려 두지 마라.
비록 내일 죽을지언정 꿈을 기억하자.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살펴보고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생각해보자.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소크라테스가 말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