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데 왜 안 될까?’ 당신의 스키마가 실행을 방해하는 이유
수많은 자기계발 강의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이제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하지만 막상 강의에서 배운 대로 해보려고 하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고, 결국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될까요? 당신의 의지력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그 이유는 바로 당신의 ‘스키마(Schema)’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스키마, 당신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무의식의 틀
스키마는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경험과 지식의 구조화된 틀을 의미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경험, 교육, 사회적 관념 등이 무의식적으로 형성되어,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 필터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돈을 버는 것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스키마, ‘새로운 시도는 항상 실패하기 마련’이라는 스키마를 가진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스키마는 당신이 ‘쉽게 돈 버는 법’ 강의를 들을 때, 새로운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듭니다.
인지 부조화: 새로운 지식 vs. 기존 스키마의 충돌
강의에서 강사는 자신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스키마를 제시합니다. ‘이 방법대로 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시작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다’와 같은 새로운 정보가 바로 그것입니다. 당신은 이 정보를 듣고 논리적으로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강의를 듣는 동안 당신의 기존 스키마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지식이 ‘잠재 의식’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기존 스키마와 충돌하면서 보이지 않는 저항이 일어납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고 부릅니다. 인지 부조화 이론의 창시자인 레온 페스팅어(Leon Festinger)는 사람이 자신의 기존 믿음(스키마)과 충돌하는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을 때, 이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 둘 중 하나를 바꾼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수십 년간 쌓아온 강력한 스키마를 바꾸는 대신, 새로운 정보(강의 내용)를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쪽을 택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강의 내용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 ‘이건 이론일 뿐이야’라고 합리화하며 실행을 멈추게 됩니다. 이 합리화는 곧 우리의 뇌가 기존 스키마를 굳건히 지키려는 방어 기제인 것입니다.
- 사례 1: 완벽주의 스키마가 만드는 함정 ‘모든 일은 완벽하게 준비한 후에 시작해야 한다’는 스키마를 가진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온라인 쇼핑몰 강의를 들으며 ‘일단 시작하고 수정하라’는 강사의 조언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막상 쇼핑몰을 만들려니, ‘혹시 고객들이 부족한 점을 보고 실망하면 어떡하지?’, ‘완벽한 상세 페이지가 아니면 구매를 안 할 거야’와 같은 불안감이 올라옵니다. 결국 완벽한 준비만을 고집하다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합니다. 이는 강의의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면의 완벽주의 스키마가 새로운 행동을 강력하게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 사례 2: 안정 추구 스키마의 보이지 않는 벽 ‘직장 생활이 가장 안정적이다’라는 스키마를 가진 사람은 ‘퇴사 후 창업하기’ 강의를 들으며 ‘나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결심합니다. 하지만 막상 퇴사 계획을 세우려고 하면 ‘만약 창업에 실패하면 어떻게 살지?’, ‘가족들이 걱정할 텐데…’와 같은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결국 기존의 안정적인 삶으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이는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안정 추구 스키마가 일으키는 감정적 저항인 것입니다.
스키마를 바꾸는 유일한 방법: 작은 ‘성공 경험’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의에서 배운 지식을 당신의 스키마로 완전히 흡수하고,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작은 실행을 통한 성공 경험’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의 ‘자기효능감(Self-efficacy)’ 이론은 이를 잘 설명합니다. 자기효능감은 ‘내가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신념입니다. 이 신념은 단순히 생각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형성됩니다.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성공을 관찰하면서(대리 경험) 배우지만, 궁극적으로는 직접 행동을 통해 성공을 경험(성취 경험)해야만 자기효능감이 강력하게 형성됩니다. 강의를 듣는 것은 ‘대리 경험’에 불과합니다. 진짜 변화는 직접 ‘성취 경험’을 만들 때 시작됩니다.
강의를 듣고 난 후, 완벽한 첫걸음을 떼려고 하지 마세요. 대신 아주 작은 것부터,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 블로그를 시작하고 싶다면, 거창한 주제를 정하기 전에 오늘 점심 메뉴에 대한 글 하나만 작성해 보세요.
-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싶다면, 비싼 장비를 갖추려 하지 말고 스마트폰으로 짧은 영상 하나만 찍어보세요.
- 강의에서 배운 마케팅 기법을 써보고 싶다면, 당장 유료 광고를 집행하기 전에 SNS에 글 하나만 올려보세요.
이런 작은 실행들은 당신의 기존 스키마에 균열을 내기 시작합니다. ‘내가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 ‘작게 시작해도 결과가 나오네’와 같은 긍정적인 경험들이 쌓이면서, 당신의 스키마는 조금씩 변화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당신의 뇌는 새로운 ‘실행’ 스키마를 형성하고,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옮기게 됩니다.
결론: 실행 없는 지식은 뇌 속의 유령이다
강의는 새로운 지식을 주지만, 당신의 내면에 있는 스키마를 직접 바꾸어주지는 못합니다. 오직 당신의 작은 행동과 그로 인한 성공 경험만이 당신의 스키마를 재구성하고, 배운 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이제 더 이상 강의만 듣고 고개만 끄덕이지 마세요. 강의를 듣는 시간의 10분의 1이라도 좋으니, 배운 것을 작은 실행으로 옮겨보세요. 그 작은 행동이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가장 확실한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