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두 명의 농부가 살았습니다. 한 농부는 매일 아침 하늘을 보며 걱정했습니다. “오늘 비가 올까? 안 올까? 비가 오면 씨앗이 떠내려갈 텐데, 안 오면 말라죽을 텐데. 태풍이 오면 어쩌지? 우박이 내리면? 가뭄이 들면?”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는 걱정하느라 밭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씨를 뿌려야 할 때 망설이고, 물을 줘야 할 때 주저했습니다. “이러다 다 망하는 거 아냐?” 하는 불안이 매일 그를 짓눌렀습니다.
다른 농부는 하늘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오늘 날씨가 어떻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비가 올 것 같으면 배수로를 정비하고, 맑으면 물을 주고, 바람이 불면 지지대를 세웠습니다. 내일 일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했습니다. 한 해가 지났습니다. 첫 번째 농부의 밭은 풀만 무성했고, 두 번째 농부의 밭은 풍성한 수확을 거두었습니다. 걱정은 농부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걱정이 농부를 망쳤습니다.
굴드는 “대체로 불안이란 자신을 믿지 못하고 중심이 흔들리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매일 수백 가지를 걱정합니다. 시험, 면접, 실수, 관계, 돈, 건강, 미래. 하지만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의 탐 보르코벡 연구진은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걱정거리의 79%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고, 16%의 사건은 미리 준비하면 대처할 수 있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의 95%는 헛된 걱정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쓸모없는 걱정을 멈추고 불안을 다스리는 심리 기술을 배우려 합니다.
불안과 걱정은 왜 생길까요?
불안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대비하도록 만드는 생존 본능입니다. 원시시대에 맹수를 만났을 때 불안이 우리를 살렸습니다. 심장이 빨리 뛰고, 근육이 긴장하고, 감각이 예민해지면서 싸우거나 도망칠 준비를 했습니다. 불안은 생명을 지키는 경보 시스템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불안은 오작동합니다. 실제 위험이 없는데도 경보가 울립니다. 발표할 때, 시험 볼 때, 누군가를 만날 때, 심지어 아무 이유 없이도 불안이 찾아옵니다. 보건복지부 2011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범불안장애 평생 유병률은 5년 전에 비해 12.5% 증가했습니다. 특히 20대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불안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걱정은 불안의 언어 버전입니다. 막연한 불안이 구체적인 생각으로 바뀐 것이 걱정입니다. “시험 망하면 어쩌지”, “회사에서 잘리면 어쩌지”, “아프면 어쩌지”. 한양대학교 연구팀의 조성연, 조한익 교수 연구에 따르면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고, 통제감이 낮으며, 문제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하려는 시도가 걱정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걱정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걱정하면 미래가 바뀔까요? 걱정한다고 시험 점수가 올라가거나 건강이 좋아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걱정은 현재를 빼앗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농부의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불안을 즉시 줄이는 방법
불안이 엄습할 때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이 검증한 기술들입니다.
첫 번째는 심호흡입니다. 불안할 때 우리 호흡은 빠르고 얕아집니다. 이것이 더 큰 불안을 만듭니다. 천천히 깊게 호흡하면 신경계가 진정됩니다. 코로 4초 들이마시고, 7초 멈추고, 8초에 걸쳐 천천히 내쉬세요. 이것을 4-7-8 호흡법이라고 합니다. 5회만 반복해도 심장 박동이 느려지고 긴장이 풀립니다. 호흡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불안 해소법입니다.
두 번째는 감정에 이름 붙이기입니다. “나 지금 불안해”, “이건 두려움이야”, “걱정이 밀려오네” 하고 감정을 명확히 인식하는 겁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그 감정의 고유한 가치를 인식하는 것은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막아줍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면 뇌의 이성적 부분이 활성화되면서 감정의 강도가 줄어듭니다. 막연한 불안보다 “아, 이건 발표에 대한 두려움이구나” 하고 명확히 아는 것이 훨씬 다루기 쉽습니다.
세 번째는 몸에 연결하기입니다. 불안은 종종 몸의 긴장으로 나타납니다. 어깨가 올라가고, 주먹을 쥐고, 턱을 악물게 됩니다. 이럴 때 몸을 풀어주세요. 목을 천천히 돌리고, 어깨를 으쓱이고, 손을 펴고 오므리기를 반복하세요. 간단한 스트레칭만으로도 긴장이 풀립니다. 눈을 감고 발끝부터 머리까지 천천히 의식을 올리며 긴장된 부분을 찾아 풀어주세요.
네 번째는 환경 바꾸기입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 불안도 같이 머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세요. 창문을 열어 바람을 쏘이거나, 물을 마시거나, 다른 방으로 이동하세요. 환경이 바뀌면 생각도 바뀝니다. 간단하지만 효과적입니다.
걱정을 멈추는 심리 기술
불안을 즉시 줄이는 방법이 응급처치라면, 걱정을 멈추는 기술은 근본 치료입니다. 장기적으로 불안 체질을 바꾸는 방법들입니다.
첫 번째는 걱정 시간 정하기입니다. 하루 중 15분을 ‘걱정 시간’으로 정하는 겁니다. 그 시간에만 걱정을 몰아서 하고, 다른 시간에 걱정이 떠오르면 “아, 이건 6시 걱정 시간에 하자” 하고 미루는 겁니다. 처음엔 이상하게 들리지만 효과적입니다. 걱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이 생기고, 실제로 정해진 시간에 하려고 하면 이미 걱정이 시시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최악의 시나리오 직면하기입니다. “정말 최악의 경우 뭐가 일어날까?” 구체적으로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그럼 그때 어떻게 대처할까?” 계획을 세우세요. 막연한 두려움이 구체적인 계획으로 바뀌면 불안이 줄어듭니다. 앤드류 카우프만은 “불안이란 괴물을 없애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목욕을 하거나 낮잠을 자는 것이죠”라고 유머러스하게 말했지만, 실제로는 직면하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세 번째는 통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구분하기입니다. 종이에 걱정거리를 적어보세요. 그리고 각각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나누세요.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내려놓으세요. 날씨, 다른 사람의 생각, 이미 일어난 일. 이런 건 걱정해봐야 소용없습니다.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내 준비, 내 행동, 내 태도. 이것만 신경 쓰면 됩니다.
네 번째는 행동으로 옮기기입니다. 조지 버나드 쇼는 “불안을 떨쳐내는 비결은 바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우리는 동시에 두 가지를 느낄 수 없습니다. 걱정을 줄이려고 걱정하지 않으려 하면 더 걱정에 파묻힙니다. 반대로 구체적인 행동을 하면 걱정할 겨를이 없어집니다. 시험이 걱정되면 걱정만 하지 말고 문제를 한 문제라도 더 푸세요. 돈이 걱정되면 걱정만 하지 말고 예산을 짜거나 부업을 알아보세요. 행동이 불안을 이깁니다.
불안 체질 바꾸기
불안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불안은 인간의 일부니까요. 하지만 불안에 지배당하지 않는 체질로 바꿀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규칙적인 운동입니다. 운동은 천연 항불안제입니다. 운동할 때 분비되는 엔도르핀이 불안을 줄이고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하루 30분 걷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미국 심리학 협회 연구에 따르면 8주간 규칙적으로 운동한 사람들의 불안 반응이 40% 이상 감소했습니다.
두 번째는 충분한 수면입니다. 잠이 부족하면 불안이 증가합니다. 뇌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해서입니다. 하루 7~8시간 수면을 확보하세요. 잠들기 2시간 전에는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침실을 어둡고 시원하게 유지하세요. 좋은 수면이 불안을 절반으로 줄입니다.
세 번째는 마음챙김 명상입니다. 하루 10분만 조용히 앉아 호흡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세요. 생각이 떠오르면 그냥 지나가게 두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세요. 명상은 전두엽을 활성화시켜 이성적 사고를 돕고 감정적 충동을 줄입니다. 꾸준히 하면 불안에 덜 휘둘리는 마음을 만들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감사 일기입니다. 매일 저녁 오늘 감사한 것 세 가지를 적어보세요. 불안한 사람은 부족한 것, 잘못된 것, 위험한 것에 집중합니다. 감사 일기는 시선을 좋은 것으로 돌립니다. 뇌는 포커스하는 것을 확대합니다. 감사에 집중하면 불안이 줄어듭니다.
인생은 너무 짧아서 사소해지게 놔둘 수가 없다.
디즈레일리
오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세요
농부의 이야기로 돌아가봅시다. 두 농부의 차이는 능력이 아니었습니다. 시선의 차이였습니다. 한 농부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보며 걱정했고, 다른 농부는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보며 행동했습니다. 걱정하는 농부는 아무것도 거두지 못했고, 행동하는 농부는 풍성한 수확을 거두었습니다.
디즈레일리는 “인생은 너무 짧아서 사소해지게 놔둘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1년 전에 당신을 괴롭힌 걱정들 중 지금 기억나는 게 몇 개나 됩니까? 대부분 기억조차 나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걱정은 사소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엔 우리를 짓누릅니다. 이런 사소한 걱정에 인생을 낭비하지 마세요.
불안과 걱정은 미래에 대한 집착입니다. 아직 오지 않은 일, 일어나지 않을 일을 미리 겪으려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지금뿐입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오직 지금, 이 순간만 우리 것입니다.
오늘부터 작은 것 하나만 바꿔보세요. 불안이 찾아오면 심호흡을 5번 하세요. 걱정이 밀려오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뭐지?” 물어보세요.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내려놓고,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걱정하는 시간에 한 걸음이라도 행동하세요. 작은 변화가 쌓이면 불안 체질이 평온 체질로 바뀝니다.
걱정은 농부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망쳤습니다. 행동만이 농부를 구했습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걱정을 멈추고 행동하세요.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세요. 그것이 불안을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