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임금 숙과 북해의 임금 홀이 어느 날 중앙의 임금 혼돈을 찾아갔습니다. 혼돈은 두 임금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융숭하게 대접했습니다. 감동한 두 임금은 이 은혜에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혼돈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눈도 코도 입도 귀도 없었습니다. 두 임금은 생각했습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얼굴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야 하는데, 혼돈에게는 없구나. 우리가 뚫어주자.” 그들은 하루에 하나씩 구멍을 뚫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일곱째 날, 모든 구멍이 완성되자 혼돈은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장자가 들려주는 이 우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내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이 정말 옳은 걸까요? 좋은 의도로 한 일이 왜 재앙이 되었을까요? 혼돈은 원래 그대로의 모습으로 완벽했는데, 두 임금은 자신들의 잣대로 그를 판단했고 결국 혼돈을 잃어버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고정관념이 가진 위험입니다. 우리는 매일 “이게 정상이야”,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생각의 틀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틀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왜 우리는 늘 같은 답만 찾을까요
출근길에 늘 같은 길로 걷고, 회의 시간엔 늘 비슷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문제가 생기면 늘 해오던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 뇌는 에너지를 아끼는 걸 좋아하거든요. 새로운 길을 탐색하는 것보다 익숙한 길을 따라가는 게 훨씬 편합니다. 신경과학자들은 이걸 ‘인지적 경제성’이라고 부릅니다. 뇌가 자동 절약 모드로 작동하는 거죠.
그래서 “SNS 마케팅이 대세야”, “간결한 디자인이 최고야” 같은 생각이 한번 자리 잡으면 그 틀 안에서만 답을 찾게 됩니다.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팀이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고정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 앞에서 82%의 확률로 익숙한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반면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67%가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게 뭘까요? 바로 질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질문은 이미 존재하는 방법 중에서 고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왜 이 방법밖에 없을까?”라는 질문은 완전히 다른 문을 엽니다. MIT 미디어랩 연구에서 전제를 의심하는 질문을 받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45% 더 많은 독창적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질문 하나가 생각의 방향 자체를 바꾼 겁니다.
인간이 지닌 최고의 탁월함은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질문하는 능력이다.
소크라테스
한 번의 질문이 세상을 바꿉니다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이 지닌 최고의 탁월함은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질문하는 능력이다.” 질문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도구가 아닙니다. 질문은 생각의 틀을 깨고, 숨어있던 가능성을 끄집어내는 마법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 때 던진 질문을 아시나요? “어떻게 더 좋은 휴대폰을 만들까?”가 아니었습니다. “왜 사람들은 여러 개의 기기를 들고 다녀야 하는가?”였습니다. 이 질문 하나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었습니다. 에어비앤비 창업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더 좋은 호텔을 만들까?” 대신 “왜 여행자들은 반드시 호텔에 묵어야 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그 결과 숙박 산업 전체가 뒤바뀌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더 극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곧 죽을 상황에 처했고 목숨을 구할 방법을 단 한 시간 안에 찾아야만 한다면, 한 시간 중 55분은 올바른 질문을 찾는 데 사용하겠다. 올바른 질문을 찾고 나면 정답을 찾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질문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 연구팀은 같은 문제를 두고 다른 질문을 던지는 실험을 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까?”라는 질문을 받은 그룹과 “왜 이것이 문제일까?”라는 질문을 받은 그룹을 비교했더니, “왜”를 물은 그룹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비율이 58% 높았고 해결책의 독창성도 37% 더 뛰어났습니다.
더 놀라운 건 뇌 영상 연구 결과입니다. “왜”, “만약에”로 시작하는 질문을 들었을 때 뇌의 창의성 영역 활동이 평소보다 42% 증가했습니다. 질문의 종류에 따라 뇌가 쓰는 회로 자체가 달라지는 거죠.
창의성을 깨우는 다섯 가지 질문 방법
첫 번째는 당연한 걸 의심하는 질문입니다. “이게 정말 필요할까?”, “반대로 하면 어떻게 될까?”, “이것 없이도 가능할까?”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겨서 생각조차 안 해본 것들을 꺼내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회의는 당연히 회의실에서 앉아서 하는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서서 하면 어떨까?”, “걸으면서 하면 어떨까?”라고 물으면 완전히 다른 회의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는 질문입니다. “고객이라면 어떻게 느낄까?”, “경쟁사는 이걸 어떻게 볼까?”, “10년 후의 나는 이 결정을 어떻게 평가할까?” 디자인 씽킹의 핵심도 바로 이겁니다. 프록터앤드갬블이 제품 개발할 때 “우리가 만들고 싶은 건 뭐지?” 대신 “고객이 하루 중 가장 불편한 순간은 언제지?”라고 물었더니 시장 적합도가 64% 올라가고 신제품 실패율은 38% 줄었습니다.
세 번째는 제한을 없애는 질문입니다. “예산이 무제한이라면?”, “시간이 충분하다면?”, “실패가 없다면 뭘 해볼까?” 처음엔 허황되게 들립니다. 하지만 이 질문이 새로운 아이디어의 씨앗을 발견하게 해줍니다. 구글의 유명한 20% 프로젝트도 “업무 시간 제약 없이 하고 싶은 걸 한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시작됐고, 그게 지메일과 구글 뉴스를 만들어냈습니다.
네 번째는 전혀 다른 분야를 연결하는 질문입니다. “이 문제가 다른 산업에선 어떻게 해결되고 있을까?”, “자연에서는 어떻게 할까?”, “전혀 다른 분야의 원리를 적용하면?” 벨크로는 식물 가시에서, 고속열차 디자인은 물총새 부리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다른 분야를 연결하는 질문을 활용한 팀이 평균 52% 더 혁신적인 솔루션을 냈습니다.
다섯 번째는 미래를 상상하는 질문입니다. “5년 후 우리 산업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다음 세대는 이걸 어떻게 쓸까?”, “이 기술이 완전히 발전하면 뭐가 가능할까?”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미래에 모든 차가 전기차가 된다면 지금 뭘 준비해야 하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고, 자동차 산업 전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매일 질문하는 습관 만들기
좋은 질문의 힘을 알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질문해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익숙한 방식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작은 습관만 바꿔도 충분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하루 세 번 질문 시간을 정하는 겁니다. 아침에 일 시작하기 전 5분, 점심 먹고 5분, 퇴근 전 5분. 오늘 하는 일에 대해 “왜 이 일을 하지?”, “다른 방법은 없을까?”, “고객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렇게 물어보세요. 간단하지만 이 습관을 3주간 유지한 사람들의 87%가 업무 접근 방식이 바뀌었다고 답했습니다.
두 번째는 질문 노트를 만드는 겁니다. 매일 마주치는 문제나 상황에 대해 최소 세 가지 다른 질문을 적어보세요. 처음엔 질문 자체가 잘 안 떠오를 겁니다. 그런데 뇌는 반복으로 학습하는 기관입니다. 계속 연습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질문이 떠오르게 됩니다. 한 달간 질문 노트를 쓴 사람들은 문제 해결 속도가 평균 34% 빨라졌고, 창의적 아이디어 제안 횟수가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세 번째는 다른 사람과 질문을 주고받는 겁니다. 혼자서는 자기 사고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동료나 친구와 서로의 고민에 대해 질문해주세요. 다른 사람의 질문은 내가 미처 생각 못한 맹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의 질문은 예상 못한 통찰을 줍니다.
네 번째는 ‘왜?’를 다섯 번 반복하는 연습입니다. 도요타가 개발한 이 방법은 진짜 문제를 찾는 데 탁월합니다. 문제에 “왜?”라고 묻고, 그 답에 다시 “왜?”를 묻습니다. 이걸 다섯 번 반복하면 표면이 아닌 근본 원인에 도달합니다. 이 방법을 쓴 팀들은 문제 재발률이 평균 56% 줄었습니다.
질문하는 조직 만들기
개인이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 전체가 질문하는 문화를 만들 때 진짜 혁신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많은 회사에서는 질문하는 사람을 오히려 곱게 보지 않습니다.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 “시간 낭비다”, “왜 그렇게 까다로워” 이런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질문 문화의 첫 걸음은 리더가 먼저 질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겁니다. 회의에서 답을 내놓는 대신 질문을 던지는 거죠. “내 생각은 이렇습니다” 대신 “이 문제를 다르게 볼 방법은 없을까요?”라고 물어보세요.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는 회의 시작할 때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뭘까?”라고 물었답니다. 이 질문 하나가 팀원들이 기존 가정을 다시 살피게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질문을 격려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겁니다. 좋은 질문을 던진 사람을 칭찬하고, 그 질문이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공유하세요. 3M은 직원들이 업무 시간의 15%를 자유롭게 질문하고 실험하는 데 쓸 수 있게 합니다. 이 정책이 포스트잇 같은 혁신 제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세 번째는 ‘멍청한 질문은 없다’는 원칙을 세우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건 너무 기본적인 질문 아닐까?”, “나만 모르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입을 다뭅니다. 하지만 가장 혁신적인 발견은 종종 가장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 회의에서는 어떤 질문도 비난받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이 안전한 환경이 픽사를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만들었습니다.
사람을 판단하려면 그의 대답이 아니라 질문을 보라.
볼테르
질문으로 여는 새로운 세상
볼테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을 판단하려면 그의 대답이 아니라 질문을 보라.”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그 사람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정답을 맞히는 게 중요하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지금 세상에서는 정답보다 올바른 질문이 더 중요합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 가장 중요한 직업 역량으로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꼽았습니다. 이 두 가지 모두 좋은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아인슈타인은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호기심은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 이유가 있다.” 그리고 “창의력이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것을 보면서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는 것이다.”
질문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수단이 아닙니다. 질문은 생각의 문을 여는 열쇠이고, 고정관념을 깨는 망치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나침반입니다. 오늘 당신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 하나를 골라 “왜?”라고 물어보세요. “이게 정말 유일한 방법일까?” “반대로 하면 어떻게 될까?” 작은 질문 하나가 당신의 일상을, 업무를, 인생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남해와 북해의 임금이 혼돈에게 자신들의 기준을 강요하지 않고 “왜 혼돈은 이런 모습일까?”, “혼돈의 방식에서 배울 건 뭘까?”라고 물었다면 어땠을까요? 혼돈은 살아남았을 겁니다. 그리고 세 임금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함께 성장했을 겁니다. 지금 당신 앞에 있는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익숙한 답을 찾기 전에 먼저 올바른 질문을 던져보세요. 그 질문이 내일의 혁신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