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 잘하는 3가지 원칙

혹시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 30분을 허비하고, 주말 약속 시간을 정하느라 친구와 메시지를 수십 번 주고받고, 작은 물건 하나를 사는 의사결정에도 여러 쇼핑몰을 비교하다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한 채 하루를 끝낸 적 말입니다.

우리는 하루에 약 35,000번의 결정을 내린다고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 수많은 결정들이 우리의 정신적 에너지를 조금씩 갉아먹는다는 점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의사결정 피로라고 부릅니다.

나의 의사결정 스타일 진단해보기

오늘은 여러분이 더 현명하고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세 가지 원칙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원칙들은 단순히 이론이 아닙니다. 실제로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활용하고 있는, 검증된 방법들입니다.

저는 몇 년 전만 해도 결정을 내리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완벽한 선택을 하려다 보니 작은 일에도 과도하게 고민했고, 정작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에너지가 바닥나 있었죠. 그러다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좋은 의사결정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 후로 저는 의도적으로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고,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더 적은 시간을 들이면서도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첫 번째 원칙: 자동화 가능한 결정은 미리 정해두기

첫 번째 원칙은 자동화 가능한 결정은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매일 같은 옷을 입었다는 사실은 유명합니다. 검은 터틀넥과 청바지, 그것이 그의 유니폼이었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비슷합니다. 그는 옷장에 똑같은 회색 티셔츠를 여러 벌 걸어두고 매일 그것을 입습니다. 왜 이들은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중요하지 않은 결정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말 중요한 결정을 위해 정신적 에너지를 아끼고 싶었던 것이죠.

이것은 결정 최소화 전략이라고 불립니다. 코넬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내리는 결정의 약 70퍼센트는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것들입니다.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 어떤 옷을 입을지, 출근길에 어떤 경로로 갈지 같은 것들이죠. 이런 사소한 결정들을 매번 새롭게 고민하는 것은 우리의 소중한 의사결정 능력을 낭비하는 일입니다. 대신 이런 반복적인 선택들을 시스템화하면 어떨까요?

실천 방법

실천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먼저 일주일 동안 여러분이 매일 내리는 결정들을 적어보세요. 그리고 그중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보는 겁니다. 아침 식사 메뉴, 운동 시간, 출근 경로, 점심 식사 장소 등 매일 비슷하게 고민하는 것들이 보일 것입니다. 이제 이것들에 대한 기본 규칙을 만드세요. 예를 들어 월요일과 수요일 아침은 오트밀, 화요일과 목요일은 달걀 요리, 금요일은 자유롭게 선택하는 식으로 정해두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매일 아침 메뉴를 고민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운동 루틴을 자동화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습니다. 월수금은 아침 7시에 헬스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 화목은 저녁 6시에 요가, 주말에는 자유롭게 야외 활동을 하는 것이죠. 이렇게 정해면 매번 오늘 운동할지 말지, 한다면 무엇을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이 작은 변화가 삶에 가져온 효과는 놀라울 것입니다. 운동을 더 꾸준히 하게 될 뿐 아니라, 매일 저녁 퇴근 후 무엇을 할지 고민하던 시간이 사라질 것입니다.

두 번째 원칙: 10-10-10 법칙으로 시간의 관점 넓히기

두 번째 원칙은 10-10-10 법칙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즈니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수지 웰치가 제안한 의사결정 프레임워크입니다. 어떤 선택을 앞두고 있을 때, 세 가지 시간 프레임으로 그 결과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10분 후, 10개월 후, 10년 후에 이 결정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고민하는 것이죠.

이 방법이 효과적인 이유는 우리가 종종 현재 편향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행동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미래의 큰 보상보다 당장의 작은 만족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퇴근 후 헬스장에 가야 할지 소파에 앉아 넷플릭스를 볼지 고민할 때, 우리 뇌는 당장의 편안함을 선택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10-10-10 법칙을 적용하면 시야가 넓어집니다.

실제 적용 사례

실제로 적용해볼까요? 지금 당장 넷플릭스를 본다면 10분 후에는 편안하고 즐거울 것입니다. 하지만 10개월 후에는 어떨까요? 운동을 미룬 결과 체력이 떨어지고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10년 후에는 어떨까요? 젊었을 때 건강 관리를 소홀히 한 결과가 훨씬 더 크게 나타날 것입니다. 반대로 지금 헬스장에 간다면 10분 후에는 조금 귀찮고 힘들 수 있지만, 10개월 후에는 건강해진 몸과 높아진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고, 10년 후에는 동년배보다 훨씬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의 지인은 이직을 고민할 때 이 법칙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당시 지인은 안정적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적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급여는 더 적지만 배울 것이 많은 스타트업에서 제안이 들어온 상태였습니다. 10분 후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 직장에 남는 것이 편했겠죠. 익숙한 환경과 동료들, 안정적인 수입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10개월 후를 생각해보니 달랐다고 합니다. 스타트업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고 10년 후를 상상했을 때, 어느 선택이 커리어에 더 큰 가치를 가져다줄지 명확해졌다고 합니다. 결국 지인은 스타트업으로 이직했고, 그 결정은 그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고 현재는 외국계 대기업의 임원이 되어 있습니다.

세 번째 원칙: 완벽한 선택 대신 충분히 좋은 선택하기

세 번째 원칙은 완벽한 선택 대신 충분히 좋은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그의 저서에서 사람들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눕니다. 최대화자와 만족화자입니다. 최대화자는 항상 최선의 선택을 찾으려고 모든 옵션을 검토합니다. 반면 만족화자는 자신의 기준을 충족하는 충분히 좋은 선택을 하면 만족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연구 결과 만족화자들이 최대화자들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최대화자들은 결국 더 나은 선택을 했을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선택 후에도 후회를 많이 합니다.

이것은 결정의 역설이라고 불리는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우리는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선택의 부담만 커지고 만족도는 떨어집니다. 슈퍼마켓에서 잼을 고르는 실험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24가지 잼을 진열했을 때보다 6가지만 진열했을 때 실제 구매율이 10배나 높았습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사람들은 결정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해버리는 것입니다.

14세기 철학자 장 뷔리당의 이름을 딴 유명한 역설이 있습니다. 배고프고 목마른 당나귀 앞에 똑같은 건초 더미와 물 동이가 놓여있습니다. 둘 다 당나귀로부터 정확히 같은 거리에 있죠. 만약 이 당나귀가 완벽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만 판단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건초를 선택할 이유도, 물을 선택할 이유도 찾을 수 없어 결국 아무 선택도 하지 못하고 굶어 죽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완벽한 선택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모든 옵션을 비교하고, 최선의 선택을 찾으려다 정작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는 것이죠. 하지만 현실의 당나귀는 이렇게 어리석지 않습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살아남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면 됩니다.

만족화자 되는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만족화자가 될 수 있을까요? 먼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여러분의 최소 기준을 명확히 하세요. 예를 들어 노트북을 산다면,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 리스트를 만드는 겁니다. 무게는 2킬로그램 이하, 배터리는 8시간 이상, 가격은 150만 원 이하 같은 식으로요. 그리고 이 기준을 충족하는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옵션을 선택하세요. 더 좋은 제품이 있을 수도 있지만, 여러분의 기준을 만족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저는 이 원칙을 식당에서 음식을 고를 때 적용합니다. 예전에는 메뉴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모든 옵션을 비교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결정하는 데만 5분 이상 걸렸고, 음식이 나온 후에도 다른 테이블의 음식이 더 맛있어 보이면 후회했죠. 이제는 메뉴판을 펼치면 위에서부터 훑어보다가 괜찮아 보이는 것이 나오면 바로 선택합니다. 대부분의 식당은 어떤 메뉴를 선택하든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을 줍니다. 완벽한 선택을 찾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 빠르게 결정하고 함께 있는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습니다.

의사결정 근육 키우기

이 세 가지 원칙을 실천하면 삶은 많이 달라집니다. 사소한 일에 쓰던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니, 정말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더 많은 여유가 생깁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지, 어떤 방향으로 커리어를 발전시킬지, 관계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같은 큰 결정들 말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작은 일에서 빠르게 결정하는 연습이 쌓이니, 큰 일에서도 결단력이 생기게되죠.

의사결정은 근육과 같습니다. 사용할수록 강해지지만, 과도하게 사용하면 피로해집니다. 현명한 사람은 이 근육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압니다. 반복적인 결정은 시스템으로 자동화하고, 중요한 선택은 시간의 프레임워크로 바라보며,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충분히 좋은 선택에 만족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의사결정을 잘하는 사람들의 비밀입니다.

오늘부터 작은 것 하나만 시도해보시겠어요? 내일 아침, 무엇을 입을지 5분 동안 고민하는 대신 오늘 밤 미리 정해두세요. 점심 메뉴를 정할 때 메뉴판을 끝까지 보지 말고 위에서 세 번째 항목을 선택해보세요. 그리고 그 작은 변화가 가져오는 자유로움을 느껴보세요. 의사결정 피로에서 벗어나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러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기억하세요. 좋은 의사결정 능력은 모든 선택을 완벽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에너지를 현명하게 배분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정신적 에너지를 지키세요. 그리고 그 에너지를 정말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하세요. 그것이 바로 삶의 질을 높이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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